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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결혼식

현정이가 결혼했다.

몇 주 전, 결혼을 알리는 메일에 답장을 몇 줄 적다 그만두었다. 마음에 
너무 많은 마음이 일어 글로 적기가 쉽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햇수로 14년의 인연이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앳된 여자아이일 때부터 보았었는데, 생각해보면 
사람들이 하는 말로 '결혼적령기'라는 것도 이미 지난 나이에 결혼하는
것이다. 

그 앳되던 아이가 서른을 훌쩍 넘기기까지, 참 많은 일이 있었다. 그 많은 
일들을 지나고서야 서른을 훌쩍 넘긴 나이에 이른 것이다. 

먼 땅에 있어 결혼식에 가보지 못한 것이 내내 아쉽고 서운하다. 한번 
손이라도 꼬옥 잡아줬으면 좋았을 걸. 결혼 전에 한번 꼬옥 안아주기라도
했으면 좋았을 걸.

결혼이란 하나의 예식에 불과한 것이지만, 그래도, 그것을 빙자해서 오래
품어둔 관계의 깊이를 내색하기에 좋은 기회인 것이다. 그게 아니면 언제
현정이의 손을 붙잡고 살가운 웃음을 지어볼 수 있으랴.

때로 동생 같고, 때로는 딸 같고, 또 때로는 언니 같고, 그리고 또 때로는
남 같던 현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