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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월드

그렇잖아도 서울 떠나기 전, 오랜 친구가 전화로 남긴 당부의 말은 "가끔 싸이에 사진 올려" 라는 
것이었다. 근황이나 전하기 위해, 사진 몇 장 이따금 올려야지 싶었었는데, 통 싸이에 가보질 못
했다. 워낙 게을러서이기도 하지만 참으로 단순한 이유 중 하나는, 일단은 "로그인" 해야하는 웹
사이트는 좀처럼 가지 않게 된다는 것, 그리고 결정적으로, 웹브라우저로 익스플로러를 쓰지 않
는다는 것 때문이다.

한참동안 파이어폭스를 쓰다가 최근에는 구글크롬을 쓰는데, 이 놀라운 속도는 단연 압권인 듯하
다. 처음에는 많이들 얘기하는 것처럼 "구글크롬"에서 "구글툴바"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게 결정적으
로 불편했었다. 그래도 시험삼아 며칠 써봐야지 했는데, 막상 쓰기 시작하니 이상하게 파이어폭스
로 다시 가게 되질 않는다. 구글다운 간결함은 속도와 더불어 최고의 미덕인 듯. 나는 티스토리의
새로운 '파워에디터'조차 간결함이 떨어져서 별로인 사람이라... 크롬의 심플함은 나에겐 최고다.

우스운 얘기지만, 어쩌다 미국땅에 흘러왔답시고, 익스플로러를 안 써도 된다는 게 얼마나 좋았는
지 모른다. 은행 사이트건 인터넷쇼핑 사이트건, 익스플로러가 아니어도 전연 아무 문제 없이 사용
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좋았다. 그러다 오늘 또 다른 친구의 전화를 받고 "큰 맘 먹고" 싸이월드에
사진 올리러 갔는데... 역시나 크롬에서는 사진을 올릴 수도 없고, 그래서 익스플로러 새로 열고
또 그놈의 active x 설치하고... 느리고 느린 과정을 거쳐 겨우 사진 한 장 올렸다. 그러고 나니 오랜
만에 친구들 미니홈피 다녀봐야겠다던 생각도 간 데 없이 사라진다. 페이지 전환에 심하면 5초가 
넘게 걸리니.

언젠가 빵과장미님이, "티스토리에 블로그 하는 건 그냥, 맥을 쓰기 때문이에요," 라고 말씀하신 적
이 있다. 맥으로는 네이버 블로그가 안된다는 것이다. 왜 "우리나라"의 인터넷 환경[각주:1]은 이렇게 active 
x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웹표준에 둔감한 걸까? 물론 거기에도 기술적/사회적인 이유가 있겠다만, 
역시, 점유율 높은 브라우저에 모든 걸 맞추고 불편하면 불편한 사람이 알아서 적응해야 한다는 식의 
암묵적인 논리가... 뭐 너무 뻔하고 뻔한 얘기긴 하지만.

오만년만의 싸이월드 방문이, 한편의 그 반가운 마음이, 이렇게 진부한 얘기로나 흘러버리다니. 흠.
아무튼 active x나 웹의 속도 같은 것들이 주는 피로감이란 게... 새로운 종류의 사회적 피로를 일상
적으로 야기하고 있다는 생각. 






  1. 처음에는 "한국의 인터넷 환경"이라고 썼었는데 왠지 모르게 거슬리는 표현이어서 고쳐썼다. 하지만 "우리나라"라는 말을 나는 좀처럼 쓰지 않는 편이라 역시 왠지 좀 불편하다. (티스토리 파워에디터의 새로운 각주기능도 시험해볼 겸... 한번 언급하고 지나감)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