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킨을 바꿨다.
내 선호에 따라서 조금 고치다가, 조금 더 고치려고 생각하다가, 나중에 조금씩 더 고치겠다고 생각하면서 그만두었다. 아무튼 스킨을 바꿨다.
그러고보면 게으르지만 뭔가 하나씩 테스트는 다 해보는 식이다. 예전에 네이버블로그에서 티스토리로 이사할 때는, 프리덤이랑 naver2tistory을 비교해보겠다고 둘 다 사용해서 데이터를 두번씩 옮겨왔었다. 어떤 것은 덧글도 모두 이동되었고, 어떤 것은 그림이나 음악파일이 함께 이동되지 않았었고, 어떤 것은 줄 간격이 이상하게 이동되었고... 그때는 그 차이를 하나씩 비교해보면서 재미있어했는데, 그러고 나서는 그냥 잊어버렸다. 그런 걸 포스팅해야 '블로거'가 되는 건데 말이지.
블로거가 '되겠다'는 욕망이 없어서 그런지, 성실함이 없어서 그런지, 혹은 둘 다인지, 아무튼 스킨을 바꾸면서 예전 포스팅을 흘깃 흘깃 랜덤으로 클릭해보니, 네이버에서 옮겨오면서 이상한 상태로 남아있는 포스트도 많더라. 영화 포스터나 음악 파일도 그렇고.
빵과장미님이 나에게, 만나면 아무 얘기나 나눌 수 있는 편안한 사람인데, 블로그에서 읽는 글은 정말 심각하고 무겁다고 말해주었다. 듣고 보니 나쁜 말인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대체로 블로그에 글을 올릴 때의 어떤, 자아의 특정한 측면이 블로그에 반영되는 것이다. 블로그에 갇혀서 존재하는 나는 무겁고 심각하고 또 자주 아프고(주로 아플 때 많이 썼더라;;) 어두운 사람이지만, 그저 오다 가다 마주치는 나는 주로 경쾌하고 잘 웃고 불평도 많고 감동도 잘 하는, 그저 그렇고 그런 사람.
혹은 언젠가 SSY와 나눈 대화처럼, 사람들은 "진보넷 블로그에는 정치적인 글을 쓰고, 미니홈피에는 모두 우울한 자아를 기입하는" 식으로 자아를 분산시키는지도 모른다. 어딘가의 어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나 역시 전혀 다른 사람으로 존재하듯이.
아, 그러고보니 아이디도 바꾸었다. 지난 주에 마돈나 콘서트를 갔었는데, 마돈나 콘서트를 보면서 느닷없이 이런 생각을 한 것이다: '내가 왜 이제껏 그 아이디를 생각지 않았을까?'라고.
아이디 만드는 건 늘 어려운 일이었다만, 아무튼 이렇게 해서 느닷없이 바꾸게 된 아이디는 이것이다;
안티고네(antig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