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흰바람벽

기차는 간다

기차는 지나가고 밤꽃은 지고
밤꽃은 지고 꽃자리도 지네
오 오 나보다 더 그리운 것도 가지만
나는 남네 기차는 가네
내 몸 속에 들어온 너의 몸을 추억하거니
그리운 것들은 그리운 것들끼리 몸이 먼저 닮아 있었구나

-허수경, "기차는 간다"

*

그리운 것들은 그리운 것들끼리

몸이 먼저 닮아 있다;

<몸>의 물질성과

닮는다는 말이 가지는 왠지 모를 원초성이

숙연하면서도 소스라치게 만든다.

오랜만에 떠오른, 허수경의,

본능적이고 아름다운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