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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레탕티즘

찰나의 거장전



브레송 사진전 다녀오다.
브레송 관련 사진전 세번째.
이전의 두 번 모두 안좋은 기억.
매그넘 사진전 때는 종이에 출력한 전시물이 있었고
지난번 브레송 사진전은
고작 20여점의 사진을 전시해 두고
판매용 사진집이나 엽서들만 잔뜩 진열해 놓은 최악의 사진전이었다.
 
<이번에도 그런 거 아니야?>
걱정반 농담반 주고 받으며
노군과 함께 세번째로 찾은 브레송 사진전.
수십 분동안 줄을 서서 전시장에 입장.
좁은 전시장을 가득 메운 인파 틈 사이 사이로
까치발을 동원해 사진을 들여다보다.
 
디지털카메라의 대중화가
사진이라는 장르의 예술성을 희석시키는 게
어쩌면 타당한 이치일 것도 같은데
사진전의 인파는
해를 더할수록 급증하는 것만 같다.
어떤 음악가는
빵과 마찬가지로
베토벤 역시 투쟁해서 쟁취해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돛대기 시장 같은 전시회장도
고개 돌려 다시 보면 정감 어린 풍경.
 
아무튼,
사진만은 역시 걸작이었다.
사진이 어떤 장르인가를
정확히 보여주는 것만 같은 사진들.
 
한편,
체게바라부터 마릴린 먼로까지
브레송이 찍은 인물사진들을 들여다보노라면
사진 이전에,
그가 만나고 교류했던 인물들의 폭에 새삼 경탄.
 

*

2005년 7월 17일 (일)

예술의 전당 디자인미술관, 찰나의 거장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