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탱고 춤을 보면서 멋지다고 생각한 적은
한번도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탱고음악만은 정말이지 환상적이어서
어떻게 이런 음악이 존재하게 되었을까,
이런 과장된 감흥마저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탱고듀오 오리엔탱고의 공연 Tango Festa.
탱고 공연은 처음 가본 터라
이들의 실력이나 재능을 알아볼 수는 없겠으나
게다가 엄마야누나야 라든지 밀양아리랑 등의 연주는
새로운 편곡이라는 홍보에도 불구하고
여느 한국인 출신 음악가들의 뻔한 리메이크처럼 들려
그다지 감흥이 없었으나
이들의 탱고 연주를 듣고 있자니
새삼스럽게도
인간으로 태어난 것에 감사하게 되고
무언가를 표현하는 데 있어
언어야말로 가장 불완전한 도구란 사실을 다시 절감하게 되고
모든 오디오의 존재가치는
원음을 재현하는 데 있단 사실을 새삼 깨달아
나도 덩달아 5.1채널이나 구비해볼까 망상도 하게 되다가
Libertango를 듣다가는 급기야
눈물마저 흘릴 뻔 했다,
아, Libertango.
드럼과 더블베이스, 첼로, 기타, 키보드와
마침내는 아코디언까지 가세해
그 박력 넘치면서도
창자가 끊길 듯이 애절한 음악이란!
그리하여 올해 들어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를 보다가,
메트로폴리탄의 로댕의 조각을 보다가,
그리고 눈 앞에서 Libertango 연주를 듣다가
세 번이나 실신할 뻔 한 경험.
오리엔탱고에게는 미안하지만
찬사는 탱고에,
그리고 피아졸라에게.
*
2005년 7월 24일 (일) 16:00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