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되는꿈
학수고대했던 날
에코echo
2008. 5. 10. 19:39
몸에 병이 들었을 때 곧잘 마음도 앓는다.
내가 속한 세계의 일부 혹은 나에게 속한 세계의 일부에 균열이 가고
그 균열이 지탱되지 않고
그래서 부서지기 시작하고
그렇게 저 세계의 모서리가 속수무책으로 무너져내린다.
그럴 때 나는 벌레처럼 집안에 틀어박혀서,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무언가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혹은 아무 것도 기다리지 않는 사람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누워만 있는다.
혹은 그 반대인가. 마음에 병이 들었을 때 곧잘 몸이 앓는다.
병든 몸을 핑계로 금치산자처럼 혹은 시체처럼 누워
하릴 없이 텔레비전 리모콘이나 누르다
하릴 없이 텔레비전 리모콘이나 누르는 내가 끔찍하다고 느낄 즈음
이틀 내내 꺼지지 않았던 컴퓨터, 마우스를 툭 건드리니
로그인 되어 있던 두 종류의 메신저가 제각기 깜빡거리고 있다.
말 걸었던 사람들은 모두 다 어디론가 사라진 채였고
누군가 뜬금없이 "학수고대했던 날"과 백현진의 앨범을 파일로 보내다 실패하고 없어졌다.
한국에서 주저 없이 천재라고 말할 수 있는 단 두 명 중 한 사람이
어어부의 장영규라고, 나머지 하나는 물론 백현진이라고
박찬욱이 어디선가 말했던 걸 읽은 기억이 있다.
나는 그저 노래나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