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ilight time
집도 회사도 분당인 허구를
아주 오랜만에, 신촌에서 만났다.
짧은 만남에 미처 수다를 다 풀지도 못했지만
아무튼 그렇게 오랜만의 해후를 뒤로 하고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집이 가까워올수록
망설임의 강도가 조금씩 커져갔다, 하지만
실은 망설일 필요가 별로 없었다,
마치 정해진 행로인 듯 <닭발집>으로 향하고야 만 것이다.
매운 닭발 1인분을 사들고 나서려니
혼자 가게를 지키던 나이든 할머니가
맛나게 먹으라는 인사를 무심한 듯 건넨다.
그리고는 가게에서 소주를 한병 사들었다.
집에 들어서니 매콤한 닭발 냄새가 흥겹게 퍼진다.
그리하여 TV를 틀어놓고
너 한잔 나 한잔, 닭발에 소주를 마시는데
주량이 줄었나보다, 한병이 다 하지 못해 취해버렸다.
취했는데도 잠이 오지 않아
문득 컴퓨터 전원을 켠다.
하릴 없는 흰소리나 해대려고 간만에 싸이월드를 가니
뭔놈의 skcbgmset.dll 인지 뭔지 때문에 에러가 난다.
일인 다채널 미디어 시대에
나도 나름 싸이와 네이버와 이글루로 분화된
복합 채널 구축에 들어가려 하였으나
조건이 받쳐주질 않는다,
(사실 별 의지도 없다,)
그래서 여기다 이렇게 중얼거린다.
전날밤을 꼬박 새웠음에도 다시 잠 안드는 밤이다.
오늘은 내 인생 마지막 페이퍼 제출일.
이력서를 쓰게 된다면 아마도 변동사항이 생기게 될 만한 날.
내 인생 마지막 페이퍼의 마지막 구절은
비트겐슈타인, <확실성에 관하여>의 한 구절.
"많은 것들을 받아들이는 것에 만족하는 데서 우리의 삶은 이루어지는 것이다."
Twilight time,
예전에 올린 적 있으나 재생이 안되어
마약을 찾듯 황급히 찾아다녔다.
너무 듣고 싶어서
지금 한 서른번째 반복해서 듣고 있다.
일흔번쯤 들어도, 질리지는 않을 듯.
::verdensorkestret - twiligh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