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lya Yefimovich Repin, They did not Expect Him, 1884-1888
Oil on Canvas, 160.5 x 167.5 cm, The State Tretyakov Gallery, Moscow, Russia
Oil on Canvas, 160.5 x 167.5 cm, The State Tretyakov Gallery, Moscow, Russia
오랜만에 가슴을 적신 그림과 싯구.
일리야 레핀의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에
브레히트의 시를 곁들인 글을 게시판에서 마주치다.
이탈리아의 늙은 공산당원들이 저마다 땅밑에 수십년째 총기를 묻어두고 있다는 얘기,
'그날'이 불현듯 덮쳐오면 들고 뛰어나갈 총기를 그렇게 품어두고 있단 얘기에
이 그림과 이 싯구가 떠올랐다는 글.
나는 사실 그 이탈리아의 늙은 공산주의자들 이야기를 들으면서
발터 벤야민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역사유물론과 메시아주의의 전유.
과거를 향한 도약이자 메시아적 힘이 충만한, 현재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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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떻게 우리가 이 작은 장미를 기록할 수 있을 것인가?
갑자기 검붉은 색깔의 어린 장미가 가까이서 눈에 띄는데
아, 우리가 장미를 찾아온 것은 아니었지만
우리가 왔을 때, 장미는 거기에 피어 있었다.
장미가 그곳에 피어 있기 전에는, 아무도 장미를 기대하지 않았다.
장미가 그곳에 피었을때는, 아무도 장미를 믿으려 하지 않았다.
아, 출발도 한 적 없는 것이, 목적지에 도착했구나.
하지만 모든 일이 워낙 이렇지 않았던가?
::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
"아, 어떻게 우리가 이 작은 장미를 기록할 수 있을 것인가?(Ach, wie sollen wir die kleine Rose buch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