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벨 소리에 아침잠에서 깨어났다.
한국에서 걸려온 반가운 전화.
"언니다" 로 시작하는, 웃는 얼굴이 뻔히 떠오르는 J의 목소리.
주섬주섬 신변잡기와 근황을 나누는데,
합기도와 일본어에 최근에는 논어강독까지 시작했다는 이야기에
시샘을 숨겨가며 핀잔만 늘어놓았다.
이자카야에 마주앉아 비우던 술잔들.
커피잔을 앞에 두고 시대와 지성과 세태를 논하다
결국엔 키득거리며 서로의 신세나 염려해주곤 하던 날들.
술이 거나해지면 난데없이 송시현의 "꿈결같은 세상"을 불러대기 시작해서
어느 눈오던 연말의 겨울밤, 골목길에서 나를 당황시키기도 했던 J.
오래도록 그런 날들이 이어졌으면 좋겠다.
한국에 돌아가면
일 없이 J를 불러내서 커피나 마시면서
시대와 지성과 세태를 논하며 비분강개도 하고
무릎을 쳐가며 상대방의 흰 소리에 공감도 하다가
가끔은 의기투합해서 소주도 마시고
그러다 막차도 놓치고.
내가 꿈꾸는 삶의 풍경이란 차라리 이런 것.
어떤 직업을 가지고 어디서 누구와 어떻게 사는가보다
이런 삶의 스케치가, 그 삶의 진경에 더 가까운 것이 아닌가 하는.
아무튼 그리운 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