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 게바라" 2부작을 보다.
운 좋게도 개봉 전 평론가 시사회에서 보았다. 오후 1시부터 시작한 영화는 저녁
여섯 시가 다 되어서야 끝났다. 2부가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속으로 진저리를
쳤다. 아, 또 다시 게릴라전이라니. 쿠바혁명도 성공했는데, 또 게릴라전이라니...
이것은 찬사가 아니다. 고작 네 시간 남짓 편안히 앉아서 영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진력이 났다. 아, 참으로 지독한 사람. 이것은 결코, 찬사가 아니다. 찬사를 넘어서는,
몸서리 쳐질 만큼 사람을 질리게 만드는, 끔찍할 정도로 믿을 수 없는 숭고함.
그는 누구를 만나든 먼저 그 사람의 이름을 물으며 인사를 건넸다. 부대원들은 동료
들로부터 모욕감을 느낄 때 그를 찾았다. 나는 그것을 보며 눈물을 삼켰다. 부대원들
에게 그는 글과 수학을 가르쳤다. 혁명이 성공했을 때,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그는 말했다. 볼리비아로 떠나기 전, 그는 가족들을 찾아 사진을 찍었다.
혁명의 정수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사랑"이라고 답했다. 그때 나는, 복사씨와
살구씨와 곶감씨가 어떻게 하여 단단하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해 떠올렸다. 그 열렬한,
사랑의 절도에 대하여.
내가 이 영화를 오래 기다렸던 것은 체 게바라보다 베니치오 델 토로 때문이었다.
그러나 영화가 시작되고 이내 나는 배우를 잊었다. 체 게바라의 원래 얼굴조차
잊었다. 그는 성벽처럼 단단하고 견고했으며, 아름답고 뜨겁고 따뜻했다.
이 영화에 대하여 평할 수 있을까? 다만 전기체를 취하지 않은 것과 스페인어로 촬영
한 것이 좋았다는 말밖에. 혁명의 성공을 체의 시선에서 포착한 1부의 엔딩은 가슴을
저몄다. 그리고 2부, 그 초라한 죽음의 순간과 적막 속에 올라가던 엔딩 크레딧.
도저히 일어설 수 없어, 그 정적 속에 한참을 앉아 있던 기억.
개봉하면 기꺼이 다시 극장을 찾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