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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위던지기

20061219


십년 넘게 걸었던
대학교의 교정을 걸어내려갔다.
밤 아홉시쯤이었나.
그렇잖아도 자꾸 어딘가 비어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어젠가부터는 공연히 와인 타령을 해댔고
오늘은 결국 밤 열시가 다 되어 집에 들어와서는
와인을 사러 집을 나섰다.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렇게 정상적인 삶의 범주에 들어서면서
삶이 변하기도 하더라 하지만
아무튼 변하는 게 부럽지는 않다.
 
와인을 반병쯤 비우니 취기가 돌았고
TV에서 JK 김동욱의 노래를 들으니
괜시리 눈물이 핑 돌았다.
음색의 깊이를 담아내기에 모자란 노래를 자꾸 부르는 가수이지만
그래도 그가 부르는 '옛사랑'은 조금 애틋하더라.
뻔한 노래를 불러도 그의 목소리는 싫지 않더라.
 
물론 한가하지는 않다.
한가하기는커녕 하루 하루가 촉박할 뿐이다.
하지만 비애나 우울, 회의와 허무가 어디 한가에서 나오던가.
단지 눈앞의 성취가 아니라, 더욱 본질적인 그 무엇에 대해서
자꾸만 이야기가 하고 싶어진다.
그럴수록 점점 더 입술이 닫혀 간다.
 
오래된 동사서독 비디오테잎을 찾으러
창고 같은 곳에 처박힌 책장 주변을 어슬렁거리다
도저히 찾을 수 없어 공연히 여기다 끄적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