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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1일
에코echo
2015. 1. 2. 15:30
"... 배 안에 갇혀 죽어간 300명의 죽음 앞에서
자신의 정치적 이해득실과 경제적 손익을 따졌던 자들을
모두, 벌하여 주시옵소서."
배가 마침내 물 속으로 가라앉았던 그 주에
평신도들이 가나다 이름 순으로 돌아가며 기도하는 교회에서
그 주의 기도를 맡은 누군가가 이렇게 기도했다.
우는 것도 기가 막혀 울지도 못하던 날들이었는데
그날 처음으로 목놓아 울었다.
그래도 조문을 가지 못했다.
두 다리로 서서 영정을 볼 자신이 없었다.
제 발로 걸어나올 자신도 없었다.
말들이 홍수처럼 쏟아지는 날들이었는데
그 위에 단 한 마디 말도 얹을 수 없었다.
그래도 기록하기 위해 쓴다.
2014년이 어떤 해였는지.
이제서야 이런 말이라도 남길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지난 해를 떠나보내며
"모두, 벌하여 주시옵소서"라는 말 외에
다른 말로는 표현할 수 없었던 비통함을
기록하기 위하여 겨우 쓴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이 애도를 다하기 위해
껍질처럼 단단해져버린 냉소를 과연 벗어던질 수 있을까.
아무튼 부디
2015년은
불행한 사람들이
지난 해보다는 조금 덜 불행한 한해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