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echo 2010. 1. 3. 13:12
손에 쥐면 부서질 것 같은 날들이다.

고작 일년 반을 머물렀을 뿐이지만, 떠날 날이 다가오니 또 헤어져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루 하루 사람들을 만나 작별인사를 나눈다. 평생 다시 보게 될 날이 있을까? 이 인연은 얼마나, 어떻게 지속될 수 있을까?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면서 마음 속으로 묻는다. 짧은 만남이었는데도, 짧게 살았던 이 도시와의 작별만큼 애틋하고 슬프다.

평생 다시 이 도시에 오게 될 일이 있을까? 그때 다시 이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을까?

혹시라도 서울에 오게 되면 연락하라고, 일본에라도, 중국에라도 오게 되면 연락하라고, 기약 없는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작년 겨울, MIT 근처의 극장에서 만나 하바드 스퀘어까지, 깔깔거리며 걷던 그 폭설의 겨울밤을 잊을 수 없다. 뒤뚱거리며 걷던 그 인적 없던 눈길. 세상에 우리만 존재하는 것 같던 겨울 밤.


손에 쥐면 부서질 것 같은 날들이다.
마치 내 것이 아닌 삶을 살았던 것처럼, 마치 내 것이 아닌 인연을 가졌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