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위던지기
20090616
에코echo
2009. 6. 16. 22:01
생리학이야말로 근대 학문의 꽃, 그 절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몇 주째 하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종교나 그밖의 다른 어떤 위안의 체계에 대한 놀라운 대체물일지도 모른다. 인간의 감정과 사고,
우울과 불안과 고통과 비애가 신경전달물질과 호르몬의 체계, 작용으로 환원되다니. 이런 전복적인
설명이 얼마나 종교적인 위안을 주느냔 말이다. 신이 나에게 던져준 시련이라거나 신의 뜻대로 예정
된 경로라는 인식은 여전히 인간에게 의지와 선택의 영역을 남긴다. 그리하여 인간에게 씌워진 멍에
를 결코 완전히 벗겨내지는 않는다. 그러나 신경전달물질과 호르몬의 작용을 통해 인간을 설명하고
자 하는 시도는 그 초라한 의지와 선택의 영역조차 남기지 않음으로써 인간을 해방시킨다. 지난 얼마
간 나를 위로하거나 혹은 지탱한 것은 팔할이 생리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