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위던지기
20070701
에코echo
2007. 7. 2. 01:56
미뤄오던 마감일에 맞춰, 써야 하는 원고를 대강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마치기는 했으되 메일을 보내지는 못했다. 마감은 지켰는데 홀가분하지가 않다.
온다는 말만 있고 정작 어물쩡거리기만 하던 장마가 드디어 오나보다. 천지에 빗방울 부딪치는 소리를 울려대며 비가 내린다. 그리고 영 개운치 않은 맘으로 잡지를 뒤적거렸다.
피천득을 기억하는 문장들이 여러 사람의 손이거나 입이거나를 거쳐 인쇄되어 있었다. 정갈하고 진실하며 채색되지 않은 아름다움이, 그의 글뿐만 아니라 삶에도 온통 걸쳐있는 듯했다.
그러다 그가 해주었다는 말을 읽었다. "글 쓰는 사람은 자존심을 버리면 안됩니다."
자존심이 없는 글을 쓰며 살아서는 안 된다. 잡지책을 접고 빗소리를 들었다. 빗소리가 점점 거세어지는 듯했다. 짧게 끝날 것 같지 않은 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