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페이스풀unfaithful

기억을 떠올려보니
스카라극장, 이던가
이 영화가 개봉할 무렵
굳이 개봉관까지 찾아가 보겠단 생각까지 했었다.
나는 불륜영화를 기본적으로 좋아한다.
치명적이며 적나라한 욕망은 영원히 근원적인 소재일 수밖에 없다.
바람 부는 거리의 포스터도 문득 떠오르지만,
아무튼, 이 영화를 우연히, 얼마전
케이블 TV로 보게 되었는데
다이안 레인이 너무 매력적이어서
젊은 프랑스 남자에게는 빨려들 틈조차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애드리안 라인,
나인하프위크의 감독이면서
야곱의 사다리의 감독이기도 하다.
뉴욕의 길거리에 바람이 휘몰아치고
그 여자의 일상에 바람이 휘몰아치는 동안
아, 이 영화 맘에 드는걸,
혼자 속으로 탄성을 질렀다.
그러나 영화는 딱 하프라인쯤부터
전혀 다른 장르와 전혀 다른 스타일의 영화로 뒤바뀌더니
심지어 저것이 과연 한편의 영화인가,
한동안 고심하게 만들 정도였다.
그제서야 프랑스식으로 영어를 발음하던
그 검은 머리의 젊은 남자가 그리워지더라는 얘기.
하지만 정작 내가 이 영화를 들추어 낸 것은,
이 영화에 등장하던, 그,
뉴욕 <근교>와 <시내>의 공간의 대비,
리처드 기어와 프랑스 남자,
안정과 불안정,
조화로운 것과 치명적인 것,
그 선명한 대비가 문득 떠올라서.
그 대조를 공간화시킨,
새로울 것 없지만 적절한 은유가 새삼 생각나서.
이따금씩 일산이
미칠 만큼 견딜 수 없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한없이 편안한 suburban의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아
한시도 여기서 더 못살겠단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 여유로운 서울 외곽의 신도시에서
그렇게 마음이 진자처럼 운동한다.
필경 이 겨울을 보내고 나서
서울에서 가장 번잡한 어딘가로 이사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