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탕티즘
타인의 삶 (Das Leben Der Anderen, 2006)
에코echo
2007. 10. 8. 16:16

값싼 싱가폴항공 여객기,
수십 편의 영화 데이터베이스 안에서 노군의 추천으로 영화를 골랐다.
영화에 대해 좀 더 진지했던 시절이었다면 개봉관에서 보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영화가 개봉된 사실조차 모르고 지나쳤었고,
결국 서울행 비행기 안에서 조그만 개인용 모니터로 영어 자막을 입힌 채 이 영화를 보았다.
절제미에서 나오는 고전적인 미학.
너무 오랜만에,
절제된 연출과 절제된 연기가 어떻게 극적인 연출과 풍부한 연기보다
사람의 가슴을 두드려 대는가를 상기해야 했다.
인간의 내면의 변화와 울림이 절제된 방식으로 절묘한 스케치 속에 삽입되고
영화의 긴장은 시간이 갈수록 더해진다.
그리고 마지막 대사. "It's for me."
잔여 없이 올라가는 엔딩 크레딧.
영화의 결말이 어떻게 영화 전체를 빛나게 하는 마침표가 되는지를 입증하는,
교과서와 같은 모범을 보여주는 영화.
체제에 대한 질문과 인간에 대한 질문이
'휴머니즘'이라는 값싼 언어로 부르고 싶지 않은,
인간의 삶에 대한 어떤 근원적인 연민과 만난다.
그리고 그 연민은 시선으로부터 온다.
... 적지 않으면 이제는 기억되지 않아 바삐 적는다.

(비좁은 여객기 한 구석에서 한참을 울었다.
숨죽여 우니 채 울음기가 가시지 않아서인가,
집에 돌아와 스틸 컷을 찾다
주연배우 율리히 뮈흐의 사망기사를 읽고 한번,
그리고 그가 우편물을 들고 거리를 걷는 스틸 컷을 보며 한번 더,
터져나오는 눈물을 간신히 참았다.
지금도 위의 사진을 쳐다보며 눈물을 참는다. 눈물은 너무 값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