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echo 2005. 7. 20. 18:52

미국에서 돌아와

나를 간절히 기다리다 지쳐버렸다는 친구를 만나

그 친구가 사랑하는 호수공원엘 갔었다.

제대로 호수공원에 간 게 처음이기도 했지만

인상적이던 것은, 호수공원이 아니라 그 친구.

심드렁하던 표정엔 금세 생기가 돌아

설레임을 가득 머금고는

여태까지 여길 몰랐다는 걸 후회하게 될 거야,

너도 여길 사랑하게 될 거야,

두근거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뉴욕에 갔을 때

내가 남매처럼 여기는 졸은

센트럴파크를 안내하며 꼭 그런 표정을 지었었다.

정말이지 꼭 같은 표정과 목소리.

덩치는 산만한 사람이 꼭 아이같은 얼굴로

자신이 끔찍히 사랑하는 그 무엇을 보여주는 표정으로.

 

두 사람 모두

어떤 대상에 대한 애착이 깊은 사람들이다.

정이 많은 사람들.

 

나도 지난 주부터 날마다 호수공원에 간다.

호수공원을 한 바퀴

뛰다 걷다 하며 이 생각 저 생각 하노라면

어느덧 나도 호수공원이 좋아지고

이상한 전시관이 두개나 있는 호수공원이지만

내가 매일 가는 곳이라 정이 들어버리고

일산이 좋아지고

여길 떠나면 여기가 얼마나 그리울까

벌써부터 아쉬워지고

그러다보면

친구가 생각나고 졸이 생각나고

그 사람들이 있어

내가 얼마나 복 받은 건지

괜시리 뭉클해지고.

 

애착이 슬픔이 되지 않고

기쁨이 되게 해주어

고맙다, 당신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