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가는대로

수목장

에코echo 2005. 8. 4. 10:49

뉴스 :[이젠 수목장이다] (12) 쇼운지 지쇼인 수목장


조제(echof)...

오늘 낮,

우연히 모처에서 집어든 신문에서 읽은 기사.

수목장이라니, 참 아름다운 일이다.

죽어 한 그루 나무를 키우는 일.

 

작년, 큰아버지의 죽음을 겪으면서

죽음과 관련된 모든 의례와 절차들을

한복판에서 경험하는 동안

이를테면 형이상학으로서의 죽음이 아니라

육체가 뻣뻣해지고 검푸르게 변해가고

불 속에서 소멸하여 가루가 되고

그것이 비좁은 납골당 한켠을 차지하게 되는

그 과정을 지켜보는 동안

역시, 나는 나의 사랑하는 사람을 화장할 용기는 없겠다고

부끄럽지만,

아무래도 나는 유물론자이듯이

그래도 엄연히 존재하는 그 몸뚱아리

그 물질성에 감히 종지부를 고하고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만들고야 마는 것,

나는 못하겠다고

그냥 관 속에 들어가는 그 순간까지만이라도

팔다리가 달린 몸뚱아리인 채로

감은 눈과 코와 입을 볼 수 있는 채로

그냥 그렇게 헤어져야만 하겠다고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러면서 그게 못내 부끄럽고 창피하고

산 자의 이기심이란 이런 것이니

내가 죽고 나면 그 때 너와 나를 함께 화장하자

노군에게 그렇게 약속을 받아내기까지 했으니,

 

미래의 시간들이

현재의 순간을 온통 덮쳐들게 만드는 것은

어처구니 없는 나의 습관, 나의 장기이기도 하지만

하지만

죽어 이렇게 한 그루 나무 키우는 일은

아름다운 일인 것 같다.

정말이지 자연으로 돌아가는 일인 것만 같다.

그렇다면 불구덩이 속에서

가루가 되어 나오는 걸 보아도

아마 견딜 수 있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