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가는대로
수목장
에코echo
2005. 8. 4.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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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echof)...
오늘 낮,
우연히 모처에서 집어든 신문에서 읽은 기사.
수목장이라니, 참 아름다운 일이다.
죽어 한 그루 나무를 키우는 일.
작년, 큰아버지의 죽음을 겪으면서
죽음과 관련된 모든 의례와 절차들을
한복판에서 경험하는 동안
이를테면 형이상학으로서의 죽음이 아니라
육체가 뻣뻣해지고 검푸르게 변해가고
불 속에서 소멸하여 가루가 되고
그것이 비좁은 납골당 한켠을 차지하게 되는
그 과정을 지켜보는 동안
역시, 나는 나의 사랑하는 사람을 화장할 용기는 없겠다고
부끄럽지만,
아무래도 나는 유물론자이듯이
그래도 엄연히 존재하는 그 몸뚱아리
그 물질성에 감히 종지부를 고하고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만들고야 마는 것,
나는 못하겠다고
그냥 관 속에 들어가는 그 순간까지만이라도
팔다리가 달린 몸뚱아리인 채로
감은 눈과 코와 입을 볼 수 있는 채로
그냥 그렇게 헤어져야만 하겠다고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러면서 그게 못내 부끄럽고 창피하고
산 자의 이기심이란 이런 것이니
내가 죽고 나면 그 때 너와 나를 함께 화장하자
노군에게 그렇게 약속을 받아내기까지 했으니,
미래의 시간들이
현재의 순간을 온통 덮쳐들게 만드는 것은
어처구니 없는 나의 습관, 나의 장기이기도 하지만
하지만
죽어 이렇게 한 그루 나무 키우는 일은
아름다운 일인 것 같다.
정말이지 자연으로 돌아가는 일인 것만 같다.
그렇다면 불구덩이 속에서
가루가 되어 나오는 걸 보아도
아마 견딜 수 있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