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igger Bang
믹 재거와 같은 해에 태어난 엄마는
암덩어리를 몸 안에서 기르다가
또 하나의 기관을 몸에서 떼어냈다.
죽지는 않을 거란 의사의 말 때문이었는지
지난 달, 진단을 받고 나와 입원수속을 기다리며
나는 병원 로비에서 노군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노군에게 대뜸, 다짜고짜로
<자식은 다 필요 없어>라고 말해버렸다.
죽지는 않을 거란 의사의 말 때문이었을까,
사실은 별로 걱정되지 않는다고
노군에게 중얼거리며, 역시, 뻔하게도,
까뮈의 이방인 따위나 떠올리고 있었다.
그런데 무슨 일일까,
전화를 끊고 저 멀리 엄마의 뒷모습이 시야에 들어오자
통곡을 하며 기둥 뒤로 숨었다.
나의 통곡을 행여 들킬까
나의 통곡에 어떤 진실이 있을까
그것이 두려워 한참을 숨었다.
제니스 조플린도 짐 모리슨도
엄마와 같은 해에 태어났지만
스물 일곱에 죽지 않은 엄마는
산 것들을 기르느라 환갑을 넘겼다.
엄마 몸 거죽 안의 것들을
나와 또 다른 이들이 다 파먹는 동안
엄마의 몸은 거죽만 남은 줄 알았는데
또 산 것들을 엄마는 기르고 있었다.
그 산 것들이 파먹은 거죽 안의 것들을
또 이렇게 잘라내고 들어내는 것이다.
병원과 집을 오가는 동안
제니스 조플린, 짐 모리슨과 같은 해에 태어나
스물 일곱에 죽지 않은 믹 재거의
새 음반 소식을 들었다.
죽은 자의 삶이 가지는 신비만큼
산 자의 삶에 주어져야 할 존경이 있을 것이다.
남편이 죽은지 일년이 되지 않은 큰어머니가
엄마의 병실에서 중얼거리듯
하루를 사는 것이 기적인 세상에서
나보다 더 산 자들에 대해
존경을 갖지 않을 수 없는 거라고 주억거렸다,
그렇게 주억거리며,
이것은 굴복이 아닌가 속으로 되뇌었다.
롤링스톤즈의 새 앨범은
별로 존경스럽지 못했던 것이다.
나는 위선적인
또는 위악적인 이방인.
좋아하지 않는 교수에게
엄마 이야기를 하며 고개 조아리는 게
그 무엇보다 싫은데
그 싫은 일도 그럴싸하게 해내는.
별 의미 없는 인사치레를 받느니
차라리 무관심해주기를
속으로 간절히 빌고 또 비는.
... 더 이상 쓸 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