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가는대로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에코echo 2006. 9. 19. 20:54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지난 여름에 아주 재미있게 읽은 소설.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에는

질병이 치료된 후에도 병원 밖 세계로 나가지 못하고

병자 행세를 하며 병원 안에 머무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나 역시 얼마간 그런 증세인가.

겁 때문에 좀 더 쉬잔 핑계로 하릴 없이 집에 머물자니

끼니 때면 어김 없이 밥 배달해주던 병원 급식이 금세 아쉽고

비적비적 통원치료 받으러 나갈 일이 까마득하다.

나 퇴원할 때 눈 빨갛게 울던, 같은 병실 쓰던

맹추 같던 다단계 아줌마와 마흔 살의 독신 언니 생각도 자꾸 난다.

 

지금의 무력증은 병원에서 붙여온 것.

그 사이 허구는 딸을 낳았고

쏘냐는 영국으로 가 바람 부는 브라이튼의 목장을 뛰어다녔다.

나도 이제 무언가를 생산해내고

바람을 안고 달릴 준비를 할 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