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익스피어가 위대한지는 몰라도 그런 비유법을 쓴 영국인들은 한심한
종자들이야. 그 과장의 정도야 아무래도 상관할 게 없지만, 비유의 대상
을 한 나라로 잡았다는 건 용서할 수가 없는 일이야. 세익스피어가 제
아무리 불후의 명작들을 남겼다 한들 어찌 인도보다 더 위대할 수 있
느냔 말야. 인도라는 거대한 땅덩어리는 차치하고라도 거기엔 사억을
헤아리는 인간들이 엄연히 생존하고 있어. 그 생명들의 존엄성보다 세
익스피어가 더 위대하다니, 그 따위 발상법을 가진 영국인들은 일본놈
들고 하나도 다를 게 없는 식민주의자들이야. 물론, 어떤 유식한 자가
무심코 쓴 비유법이라고 간주할 수도 있겠지. 그런데, 문제는 바로 그
'무심코'에 있어. 영국인들은 자기네 자존심을 세워주는 그 비유에 '무
심코' 만족을 느낀 것이고, 자기네 민족의 우월감을 과시하는 한 방법
으로 세익스피어를 세계화시키면서 또 그 비유를 '무심코' 써먹은 거야.
세익스피어가 분명 봉건 왕조시대의 작가지만 자기의 작가정신이 그
처럼 수없이 많은 인간들의 존엄성을 짓밟는 것으로 비유되기를 결코
원하지 않았을 거야. 오히려 그 반대였겠지.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아
예 그런 좋은 작품들을 써내지 못했을 테니까. 세익스피어는 후대를 잘
못 둔 셈이지."
잠든 아버지 침대 맡의 책꽂이에, 생뚱맞게 태백산맥이 꽃혀 있었다.
나른한 오후를 태백산맥의 책장을 넘기며 보냈다.
'무심코'라는 단어가 목에 가시 걸리듯 넘어가지질 않아 옮겨적는다.
종자들이야. 그 과장의 정도야 아무래도 상관할 게 없지만, 비유의 대상
을 한 나라로 잡았다는 건 용서할 수가 없는 일이야. 세익스피어가 제
아무리 불후의 명작들을 남겼다 한들 어찌 인도보다 더 위대할 수 있
느냔 말야. 인도라는 거대한 땅덩어리는 차치하고라도 거기엔 사억을
헤아리는 인간들이 엄연히 생존하고 있어. 그 생명들의 존엄성보다 세
익스피어가 더 위대하다니, 그 따위 발상법을 가진 영국인들은 일본놈
들고 하나도 다를 게 없는 식민주의자들이야. 물론, 어떤 유식한 자가
무심코 쓴 비유법이라고 간주할 수도 있겠지. 그런데, 문제는 바로 그
'무심코'에 있어. 영국인들은 자기네 자존심을 세워주는 그 비유에 '무
심코' 만족을 느낀 것이고, 자기네 민족의 우월감을 과시하는 한 방법
으로 세익스피어를 세계화시키면서 또 그 비유를 '무심코' 써먹은 거야.
세익스피어가 분명 봉건 왕조시대의 작가지만 자기의 작가정신이 그
처럼 수없이 많은 인간들의 존엄성을 짓밟는 것으로 비유되기를 결코
원하지 않았을 거야. 오히려 그 반대였겠지.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아
예 그런 좋은 작품들을 써내지 못했을 테니까. 세익스피어는 후대를 잘
못 둔 셈이지."
잠든 아버지 침대 맡의 책꽂이에, 생뚱맞게 태백산맥이 꽃혀 있었다.
나른한 오후를 태백산맥의 책장을 넘기며 보냈다.
'무심코'라는 단어가 목에 가시 걸리듯 넘어가지질 않아 옮겨적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