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와 조지 오웰을
아이들에게 읽혔다.
어떤 '해석'을 전달할까 잠시 생각하다
아이들의 블로그를 돌아다녔다.
신문 사설 같은 글을 쓰라는 학교 선생님 말에 화가 난 아이가
주장하는 글에는 아우라가 담기면 안되는 거냐고 항변하고 있었다.
'아우라'라는 단어를, 개념을 정확히 모르면서
아무렇게나 쓰지 말라는 핀잔을 적었다.
그리고는 모니터를 쳐다보면서
한동안 발터 벤야민 생각을 했다.
그리고는
발제를 하지 않고
미안하다는 말도 하지 않는 아이에게는
화를 내야 하는지, 가르쳐야 하는지
아니면 그저 무관심해야 하는지
생각하고 있었다.
그럴 때쯤
메신저에서 누군가 말을 걸어왔고
나는 그에게 대뜸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언제까지 할 것인지 물었다.
모호한 대답만 늘어놓던 그는 뜬금 없이
Al Di Meola의 연주곡을 보내왔다.
그리고는 민주노총 이야기를 하다
한동안 대화가 끊겼다.
그 짧은 침묵의 순간에,
수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꾸었던 찬란한 꿈들이
과연 어디로 갔나, 생각했다.
멀티튜드가 되었나, 생각도 했다.
그렇다고 사라졌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딘가에 모여있지도 않은 것이다.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은 몸살기운이
약 기운처럼 온 몸에 남아있다.
안개가 걷히면 좀 더 나을 것도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