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엔
잠이 오지 않아 몸을 뒤척이다 문득
오직 비자 만료일을 갱신하기 위해
가까운 나라로 가, 공항에 앉아있다 돌아오는
사람의 심정을 생각했다.
왜 불현듯 그 생각이 났는지 모른다.
언젠가 신촌의 술집에서
만났던, 아시아의 다른 나라 사람이
좋은 사장님을 만나서 다행이라며
자기 처지를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
가끔 일본으로 가서 공항에 앉아있다 돌아온다고
그래서 체류 신분에 별 문제가 없다고 했던 것이다.
공장에서든 식당에서든 거리에서든
이 나라에서 겪을 수도 있을 무수한 일들보다, 어쩌면
종이에 찍히는 숫자를 바꾸기 위해
또 다른 나라로 날아가, 그 나라 공항에만 앉아있다
돌아오는 일이
어쩌면 더 처량한 것이 아닐지 생각해보았다.
사실은 그 처량함이 온몸을 휘감고 돌아서
들지 않던 잠이 더 달아나는 것만 같았다.
사람들이, 숫자 몇 개를 바꾸기 위해 살고,
그래서 세상은 점점 더 처량해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