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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대로

생각들- 휘발성의.

생각해보자면, 생각들이란

모두 휘발성의 물질들로 이루어져 있는 것 같아.

어딘가에 붙잡아두지 않으면

아무튼 대기 속 어딘가로 모두 날아가버리지.

 

지난 주말엔 정말 머리가 터지는 것처럼

많은 생각들에 시달렸는데

상하이 푸동공항의 커피숍에 앉아서

제일 싼 에스프레소를 시켜놓고

랩탑 밧데리가 다 닳을까봐 전전긍긍하며 적어둔 글만이

내가 휘말려있던 생각들의 존재를 증명할 뿐이지.

 

그런 것 같아.

다른 공간과 시간에 대한 기억도

시시껄렁하게 몇 자 적어 싸이월드 미니홈피에라도 올려두지 않으면

모두 휘발되어 사라지는 것 같아.

하드 어딘가에 저장해두는 일이란

귀찮음과 시니컬이 매번 서로 다른 비율로 합해지는 결과지만,

아무튼 그래. 일단 '물질화' 시켜야 한다는 거지.

그것도 특히 비트화된 형태로.

 

아무튼 공간과 시간,

삶에 대한 상상의 지평이란

얼마나 공간과 시간에 닫혀 있는 것인지를,

서로는 터키, 동으로는 일본에 걸쳐

여러 나라에서 모여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더라.

나의 상상은 더 넓어져야 한다는 것.

 

아시아란 그런 상상의 범주일 테지.

삶을 상상하는 범주,

세계를 상상하는 범주.

삶과 세계에 대한 나의 상상은

유럽에서 미주를 거쳐 아시아에 도달했다고,

오늘은 그렇게 적어둘테야.

 

언제 휘발될지 모를

언제 또 휘발되었을지 모를 이야기.

조금은 서글프지만 신나는 이야기.